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손으로 빗자루를 만드는 마지막 세대

mystory54590 2025. 7. 1. 21:32

기계가 못 만드는 빗자루, 손끝으로 남은 유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점점 더 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생활 도구조차 기계가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대에, ‘손으로 만드는 빗자루’는 시대착오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며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이 존재한다. 76세의 김태성 씨는 50년 넘게 손으로 빗자루를 엮어왔다. 그의 작업장은 대단한 시설이 아니다. 마당 한쪽, 비닐로 덮은 나무 작업대와 낡은 의자, 그리고 한편에 쌓여 있는 싸리나무 묶음이 전부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가위를 들고, 손으로 싸리 가지를 다듬는다. “기계로 만든 빗자루는 일주일도 안 가요. 내 빗자루는 몇 년을 써도 끄떡없지.” 김 씨는 싸리나무를 직접 산에서 베어 와 말리고, 일정한 굵기로 다듬은 후 줄로 단단히 묶어 하나의 빗자루를 만든다. 모든 과정이 오직 손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단순한 제조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작업 리듬’이며 ‘전통 기술’의 반복이다. 김 씨는 싸리나무의 결, 꺾임, 유연함까지 모두 손으로 느껴가며 작업한다. 기계는 정해진 각도로 자르고 붙이지만, 그는 매 순간 달라지는 소재의 상태를 감각으로 조절한다. 그렇게 하루에 완성되는 빗자루는 많아야 열 자루 남짓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오래 쓰고, 쓰는 사람이 기분 좋은 게 중요한 거지.”

AI 시대 수공업 직업 손으로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 빗자루 한 자루에 담긴 사계절의 시간

싸리 빗자루는 단순히 묶어서 만드는 게 아니다. 재료부터 손이 많이 간다. 김 씨는 매년 봄부터 싸리나무를 베어온다. 그냥 아무 나무나 쓰지 않는다. 적당한 길이, 굵기, 결이 곱고 곧은 싸리만을 고른다. “나무도 사람 같아. 힘줄처럼 얽힌 게 있고, 부드럽게 뻗은 게 있어. 부드러운 게 오래가.” 그는 한여름에는 베어 온 나무를 그늘에서 천천히 말린다. 직사광선은 피해야 색이 고운 채 유지되기 때문이다. 말린 나무는 가을에 껍질을 벗기고, 겨울 땐 작업실 안에서 정리하며 묶는 과정을 거친다. 즉, 빗자루 한 자루에는 사계절의 시간이 모두 들어 있는 셈이다. 김 씨는 “빗자루는 그냥 쓰는 도구가 아니라, 쓰는 사람의 손맛을 닮아야 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주문받을 때 손님의 연령, 키, 손 크기까지 묻는다. 손잡이 길이도 조절하고, 무게도 조정한다. “힘없는 할머니는 가볍게, 청소업 하는 분은 튼튼하게. 똑같은 빗자루는 없어.” 싸리 가지 하나하나를 손으로 묶고, 일정한 간격으로 다듬은 후, 엮을 때는 전통 방식대로 삼끈을 이용해 고정한다. 풀이나 본드 같은 화학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빗자루는 쓸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물에 젖어도 풀리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대량생산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품질을 만든다. 김 씨는 “기계는 빨라서 좋겠지. 하지만 기계는 나무의 결도 못 느끼고, 쓰는 사람도 몰라. 난 그걸 다 생각하고 만들어요.”라고 덧붙인다.

손기술이 사라지는 현실, 그래도 내가 멈추지 않는 이유

이제는 김 씨처럼 빗자루를 손으로 만드는 장인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청소도구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공장에서 자동으로 생산된다. 더 싸고, 더 빨리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나도 공장 제품 써봤어. 싸고 가벼워서 좋더라고. 근데 쓸수록 손에 안 붙고, 금방 부러져.” 그는 자신의 빗자루가 ‘기계보다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만든 빗자루에는 ‘사람의 손’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뭐든 너무 빨라. 빨리 만들고 빨리 버려. 근데 나는 느리게 만들고 오래 써. 그 차이가 손맛이야.” 그의 빗자루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이다. 전통 공예를 배우는 학생, 옛것에 관심 있는 외국인, 장인의 철학에 공감하는 중장년층 등 다양하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적기 때문에 주문을 받으면 몇 주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손님들은 기다림에 익숙하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기계가 만든 건 금방 오지만, 오래는 못 간다. 내 빗자루는 천천히 가도 오래 간다.” 그는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쉽다고 말한다. 몇몇 청년들이 찾아와 배우려 했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쉽게 흥미를 잃고 떠났다고 한다. “이건 기술보다 인내야. 하루 종일 나무 만지고, 같은 동작 반복하고, 결과는 천천히 와. 그걸 견뎌야 배우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감각, 사람의 손이 만든 도구의 가치

우리는 이제 대부분의 물건을 기계가 만든다는 사실에 익숙하다. 기술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대량 생산은 누구에게나 손쉽게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김태성 장인이 만든 싸리 빗자루는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감각을 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무를 고르는 감각, 습도를 느끼는 감각, 사용자의 체형과 생활 방식에 따라 무게를 조절하는 감각.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사람만이 가진 경험의 결과물이다. 싸리 가지의 탄력, 결, 길이를 손으로 재는 그의 작업은 공장에서 자동화될 수 없다. 그는 수십 년간 싸리나무를 만지면서, 손으로 모든 재료를 기억해 왔다. “나무 냄새만 맡아도 물에 며칠 담가야 할지 감이 와요.”라고 말하는 그는 마치 나무와 대화하는 사람 같다. 빗자루는 단순한 청소도구가 아니다. 사람의 삶을 닦는 도구이고, 손에 꼭 맞아야 하며, 쓰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하는 물건이다. 김 씨는 말한다. “기계는 절대 그걸 모르지. 이건 손에 잡았을 때 느낌이 좋아야 해요. 내가 만든 건 그걸 생각하고 만든 거야.” 싸리 빗자루는 단지 과거의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전히 유효한 ‘사람의 기술’이며, 디지털과 기계 중심의 사회에서 점점 더 소중해지는 손의 흔적이다. 그래서 그의 빗자루를 사는 사람들은 단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느림과 정성, 사람의 손길이 담긴 시간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빗자루 하나쯤 기계가 만들 수도 있지. 하지만 마음마저 담긴 건, 사람 손 아니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