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수공 도자기 장인 인터뷰

AI 시대 흙과 손이 만나 완성되는 느린 예술, 도자기를 짓는 사람모든 것이 클릭 한 번이면 복제되는 시대다. 디자인은 AI가 만들고, 3D 프린터로 도자기 형태를 뽑아내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수천 개가 하루 만에 쏟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흙을 손으로 만지고, 물레를 돌려 그릇을 짓는 사람이 있다. 전라남도 강진의 한 언덕 위, 조용한 흙집 공방에서 40년째 도자기를 굽는 박용기 장인이 그 주인공이다.그의 하루는 새벽 흙을 만지는 일로 시작된다. 직접 채취해 숙성시킨 점토를 물에 개고, 고운 체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뒤, 손으로 주물러 부드럽게 만든다. 이 과정을 거친 흙은 최소 6개월 이상 숙성돼야 ‘쓸 수 있는 흙’이 된다. 그는 말한다. “흙도 사람처럼 시간을 줘..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수제 양초 공방의 정성과 기술

AI 자동화 시대에 손으로 불을 만드는 사람들디지털 기술이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세상, 양초조차도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대형 유통 업체에 납품되는 양초는 정밀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단시간에 수천 개씩 생산된다. 색, 크기, 향기까지 입력값 하나면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도 여전히 ‘불을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의 골목길 한 편, 작은 수제 양초 공방을 운영하는 박소연 씨는 그중 한 명이다.그녀는 하루 평균 10~15개의 양초만 만든다. 같은 모양이지만 똑같은 건 없다. “양초는 결국 사람의 감정을 태우는 물건이에요. 기계처럼 똑같이 찍어내면 그 감정이 사라지죠.” 그녀가 말하는 수제 양초는 단순한 향과 디자인이 아닌, ‘손으로 만든 불빛’ 그 자체다. 공방에는 다..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조선간판 붓글씨 장인 인터뷰

AI 시대 디지털 세상 속 붓을 고집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저항디지털로 모든 것이 처리되는 시대, 간판조차 손으로 쓴다는 건 낭만으로만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서울 종로3가 낡은 골목, 간판이 다 닳아 잘 보이지 않는 2층 작업실에는 지금도 붓으로 간판을 쓰는 장인이 있다. 올해로 일흔둘, 최병도 씨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직 손 글씨 간판만을 고집해 온 사람이다. 그는 나무판과 붓, 먹, 그리고 손의 감각만으로 세상의 글자를 써왔다.그가 처음 간판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간판은 붓으로 썼다. 글씨가 아름다우면 가게에 손님이 몰렸고, 글씨체만으로도 지역 장인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사람의 운명, 상점의 기운, 주인의 의지를 읽고 붓끝에 담았다. “나는 간판을 쓰기..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손으로 빗자루를 만드는 마지막 세대

기계가 못 만드는 빗자루, 손끝으로 남은 유산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점점 더 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생활 도구조차 기계가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대에, ‘손으로 만드는 빗자루’는 시대착오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며 빗자루를 만드는 장인이 존재한다. 76세의 김태성 씨는 50년 넘게 손으로 빗자루를 엮어왔다. 그의 작업장은 대단한 시설이 아니다. 마당 한쪽, 비닐로 덮은 나무 작업대와 낡은 의자, 그리고 한편에 쌓여 있는 싸리나무 묶음이 전부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가위를 들고, 손으로 싸리 가지를 다듬는다. “기계로 만든 빗자루는 일주일도 안 가요. 내 빗자루는 몇 년을 써도 끄떡없지.” 김 씨는 싸리나무를 직접..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전통 한복 장인이 말하는 손맛의 가치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여전히 손으로 짓는 옷이 있다세상이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어느새 디자인까지 맡고, 패션 산업에서도 3D 시뮬레이션과 자동 패턴 생성이 보편화되었다. 심지어 원단까지 자동 재단되고, 공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벌씩 옷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끝으로만 완성되는 옷이 있다. 서울 종로의 좁은 골목 안, 누렇게 바랜 간판 하나가 붙어 있는 2층짜리 오래된 건물 안에서 73세 김영숙 장인은 오늘도 전통 한복을 짓는다. 그녀는 기계 재봉틀조차 쓰지 않는다. 전통 방식 그대로, 바늘과 실, 손으로만 옷을 만든다. 그녀의 하루는 아침 천을 만지는 일로 시작된다. “천을 만져보면 오늘 옷이 될지 안 될지 감이 와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AI가 감지할 수 없는 ‘감각’을 기준으로..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40년째 칼 갈이 장인의 하루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인공지능이 문서를 정리하며, 로봇이 커피를 내리는 세상이다. 기술은 효율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수많은 직업이 “더는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바로 사람의 손이 가진 감각이다.서울 북쪽, 오래된 재래시장 뒤편에 자리한 작은 철제 수레 하나. 수레 안에는 오래된 연마 기계와 줄, 물통, 연마석이 얌전히 놓여 있고, 그 앞에는 70세가 가까워 보이는 노인이 조용히 앉아 있다. 사람들은 그를 ‘칼 갈이 사장님’이라 부른다.오늘은 그 칼 갈이 장인이 40년 동안 지켜온 하루를 따라가 본다.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손기술과 삶의 리듬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간이다. 새벽 6시, 하루가 시작된다정확히 새벽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