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의 정밀함을 넘는 소리, 손으로 빚는 울림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설계도를 완성하고, 기계가 재료를 절단하며, 3D 프린터가 물건을 뽑아내는 시대에 ‘망치’와 ‘불’로만 일하는 장인이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야산 아래, 허름한 작업장에서 오늘도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올해 71세인 최성두 장인은 40년 넘게 동종(銅鐘)을 만들어온 사람이다.동종은 단순한 종이 아니다. 소리의 울림, 균형, 벽의 두께, 내부의 곡선 등 모든 것이 정확해야 한다. 종소리 하나가 사찰의 경건함을 좌우하고,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울려 퍼질 울림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그는 단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망치질한다. “종은 찍어내는 게 아니에요. 불과 망치, 그리고 사람의 귀로 만들어야 해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