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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목수 이야기

디지털 도시 한복판에서 여전히 나무를 깎는 사람서울 한복판, 빌딩과 도로 사이로 낡은 간판 하나가 보인다. ‘청 목공방’. 투박한 이 두 글자가 유리창에 반사된 빌딩 숲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매일 나무 냄새와 톱밥이 흩날린다. 이곳은 63세 김병수 목수가 35년째 지키고 있는 수공 목공소다. 수많은 공방이 사라지고, 맞춤 가구도 자동화되는 지금, 그는 오직 손으로만 가구를 만든다.김 목수의 하루는 이른 아침 원목을 살피는 일로 시작된다. 결이 잘 살아 있는 나무인지, 수분 함량은 어떤지, 휘거나 틀어질 가능성은 없는지를 손으로 만져보며 판단한다. 기계는 레이저로 정밀하게 측정하지만, 그는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의 성질을 알아낸다. “나무는 살아 있어요. 표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결이 말..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망치로 두드리는 동 종 만드는 사람

기계의 정밀함을 넘는 소리, 손으로 빚는 울림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설계도를 완성하고, 기계가 재료를 절단하며, 3D 프린터가 물건을 뽑아내는 시대에 ‘망치’와 ‘불’로만 일하는 장인이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야산 아래, 허름한 작업장에서 오늘도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올해 71세인 최성두 장인은 40년 넘게 동종(銅鐘)을 만들어온 사람이다.동종은 단순한 종이 아니다. 소리의 울림, 균형, 벽의 두께, 내부의 곡선 등 모든 것이 정확해야 한다. 종소리 하나가 사찰의 경건함을 좌우하고,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울려 퍼질 울림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그는 단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망치질한다. “종은 찍어내는 게 아니에요. 불과 망치, 그리고 사람의 귀로 만들어야 해요.” 그..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오직 손으로만 만든 수제 연필

자동화 시대에 연필을 깎는 장인의 고집요즘 시대에 연필을 쓰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태블릿 펜을 사용하고, 학생들마저 샤프와 태블릿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기구 산업에서도 자동화 공정과 대량 생산이 주를 이루며, 연필 한 자루는 수 초 만에 공장에서 뽑혀 나온다. 그러나 충청북도 제천의 한 목공 작업실에서는, 오늘도 오직 사람의 손만으로 연필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59세 김경수 씨는 지난 20년 동안 손으로만 수제 연필을 만들어온 유일한 1인 제작자다.그의 연필은 기계로 만들어진 연필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나무 선택부터 시작해, 연필심을 넣는 홈을 파고, 심을 넣고, 다시 접착제로 고정한 뒤 모양을 다듬고, 표면을 손으로 사포질하며 완성해 낸다. “나무가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