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도시 한복판에서 여전히 나무를 깎는 사람서울 한복판, 빌딩과 도로 사이로 낡은 간판 하나가 보인다. ‘청 목공방’. 투박한 이 두 글자가 유리창에 반사된 빌딩 숲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매일 나무 냄새와 톱밥이 흩날린다. 이곳은 63세 김병수 목수가 35년째 지키고 있는 수공 목공소다. 수많은 공방이 사라지고, 맞춤 가구도 자동화되는 지금, 그는 오직 손으로만 가구를 만든다.김 목수의 하루는 이른 아침 원목을 살피는 일로 시작된다. 결이 잘 살아 있는 나무인지, 수분 함량은 어떤지, 휘거나 틀어질 가능성은 없는지를 손으로 만져보며 판단한다. 기계는 레이저로 정밀하게 측정하지만, 그는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의 성질을 알아낸다. “나무는 살아 있어요. 표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결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