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 각인 시대에도 손으로 글자를 새기는 이유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인근, 빽빽한 간판과 LED 전광판 틈 사이로 눈에 띄는 작은 상점 하나가 있다. ‘삼덕인방(三德印房)’. 이 간판은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 붙어 있고, 유리문 안에는 손때 묻은 작업대와 붉은 인주, 칼, 붓, 그리고 도장들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77세 김남호 장인이 이곳에서 50년 넘게 도장을 새기며 살아왔다.요즘은 대부분의 도장이 컴퓨터 각인기로 찍어 나온다. 도안도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기계는 몇 초 만에 글자를 조각해 낸다. 하지만 김 장인은 여전히 손으로 도장을 새긴다. “기계는 예쁘게는 잘해요. 근데 멋은 없어요. 글자가 살아 있으려면 손맛이 있어야 해요.” 그는 나무, 소뿔, 옥, 백 동, 사파이어 등 다양한 재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