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음보다 정교한 손끝에서 태어나는 소리서울 마포구의 오래된 건물 2층. 간판도 없는 그 공간에서 맑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한 음, 한 음이 마치 사람 손끝에서 튕겨 나온 듯, 온기와 울림을 머금고 있다. 이곳은 41세 기술자 윤지환 씨가 운영하는 수제 오르골 공방이다. 그는 지금도 모든 오르골을 손으로 조립하고, 음 하나하나의 울림을 귀로 조율하며 하루를 보낸다.오르골은 더 이상 대중적인 물건은 아니다. 디지털 음악이 손쉽게 소비되고, AI 작곡 기술이 등장한 오늘날, 오르골의 존재는 낡은 감성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윤지환 씨는 말한다. “오르골은 단순한 음악 장치가 아니에요. 기계 안의 시간, 감정, 기억이 들어 있어요. 손으로 만드는 건 그 감정을 조율하는 일이죠.” 그는 직접 금속 실린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