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불로 새긴 그림, 시간보다 느린 예술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골목 안쪽, 나무 타는 냄새가 퍼지는 한 작업실. 낡은 목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향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나무 민화 작품들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인두를 쥐고 작업에 몰두한 이는 71세의 민화 장인 이성우 씨. 그는 나무판 위에 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인두화(印頭畵)' 기법으로 전통 민화를 재현하고, 다시 창조하는 작가이자 기술자다.요즘 시대, 디지털 드로잉과 AI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미 화단의 중심을 차지한 지 오래다. 몇 초 만에 민화 스타일의 이미지도 출력되는 지금, 불을 이용해 하나하나 선을 태우는 작업은 너무도 오래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성우 장인은 말한다. “민화는 단순히 이미지를 옮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