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가 만들어낼 수 없는 손의 감정서울 망원동의 주택가 골목, 오래된 단층집 한편에 작은 공방 하나가 있다. 창문 너머로 다양한 천 조각과 색실이 가지런히 놓인 이곳은 62세 수제 인형 장인 김경자 씨의 작업 공간이다. 그녀는 20년 넘게 오직 실과 바늘만으로 인형을 만들어왔다. 봉제 기계도, 디자인 소프트웨어도 없다. 대신 실을 꿰는 손과, 천을 자르는 감각, 그리고 하나하나 바느질해 완성하는 인내만이 이곳의 기술이다.요즘 인형 제작은 철저히 자동화되어 있다. AI가 디자인을 완성하고, 기계가 정밀하게 재단과 봉제를 하며, 대량 생산된 인형은 전 세계로 배송된다. 하지만 김경자 씨는 아직도 종이에 손으로 디자인을 그리고, 헝겊 조각을 오려 손바느질로 인형을 완성한다. “기계는 똑같은 인형을 수천 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