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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실과 바늘만으로 완성된 수제 인형 이야기

기계가 만들어낼 수 없는 손의 감정서울 망원동의 주택가 골목, 오래된 단층집 한편에 작은 공방 하나가 있다. 창문 너머로 다양한 천 조각과 색실이 가지런히 놓인 이곳은 62세 수제 인형 장인 김경자 씨의 작업 공간이다. 그녀는 20년 넘게 오직 실과 바늘만으로 인형을 만들어왔다. 봉제 기계도, 디자인 소프트웨어도 없다. 대신 실을 꿰는 손과, 천을 자르는 감각, 그리고 하나하나 바느질해 완성하는 인내만이 이곳의 기술이다.요즘 인형 제작은 철저히 자동화되어 있다. AI가 디자인을 완성하고, 기계가 정밀하게 재단과 봉제를 하며, 대량 생산된 인형은 전 세계로 배송된다. 하지만 김경자 씨는 아직도 종이에 손으로 디자인을 그리고, 헝겊 조각을 오려 손바느질로 인형을 완성한다. “기계는 똑같은 인형을 수천 개 만..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철사를 엮어 만든 조명 장인의 기술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손의 곡선인공지능이 설계부터 조립까지 수행하는 조명 디자인 시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조명기구는 그 형태도 독창적이고, 생산 속도도 빠르며, 효율성까지 갖췄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한 조용한 공방에선 여전히 철사를 손으로 구부리고, 땀으로 엮어가며 조명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올해 58세의 조명 장인 최상훈 씨는 지난 25년간 철사 한 가닥 한 가닥을 엮어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 왔다.최 장인의 조명은 멀리서 보면 가느다란 곡선이 얽히고설켜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그는 철사라는 단단한 재료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게 다루고, 빛이 통과하는 방향까지 계산해 배치한다. “철사는 고집이 세요. 한 번 굽으면 기억이 남죠. 그래서 손으로 말을 걸듯이 천천히 구부려..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붓 하나로 생계를 이어온 캘리그라피 장인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선디지털 글씨가 넘쳐나는 시대, 사람 손으로 그려진 한 글자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자동화된 디자인 툴과 수천 가지 폰트, 그리고 AI 기반의 캘리그라피 생성기는 단 몇 초 만에 감각적인 손글씨 스타일을 완성해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서울 도봉구의 한 오래된 공방에선 여전히 붓을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올해 예순넷, ‘붓 장인’으로 불리는 캘리그라피 작가 정영수 씨는 지난 35년 동안 단 하나의 도구로 삶을 버텨왔다.정영수 씨는 오전 7시 반이면 먹을 갈고, 붓의 털을 정돈하며 하루를 준비한다. 작업실 안은 적막하다. 라디오도 틀지 않고, 조용한 정적 속에서 손끝의 감각만으로 먹빛을 조율한다. “글씨는 소리 없는 감정이에요. 말로는 못 하는 마음이 선으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