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한 장에 담긴 세계, 손끝에서 피어나는 형상서울 은평구의 한 조용한 골목,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작은 작업실 안. 정갈하게 쌓인 종이 뭉치 사이에서 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위도 풀도 없다. 오직 손가락의 감각만으로 종이를 꺾고 접는 행위가 계속된다. 올해 마흔넷, 종이접기 작가 정민서 씨는 지난 15년 동안 종이 하나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오늘도 종이 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종이접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놀이지만, 정민서 씨에게는 삶의 방식이자 예술이다. “종이는 가장 단순한 재료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재료예요. 칼이나 도구 없이도, 접기만으로 구조가 생기고, 감정이 생기죠.” 그는 평면의 종이가 입체로 변하는 찰나의 감각을 사랑한다. 그 감각은 설계가 아니라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