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를 이긴 빛, 한지 등불이 비추는 시간현대인의 일상은 밝다. 스마트폰 화면, LED 조명, 자동 감지 등까지. 밤에도 어둡지 않은 도시에서 사람들은 언제든 버튼 하나로 빛을 만든다. 그러나 충청북도 괴산의 조용한 마을, 작은 작업실 안에는 전기보다 느리고, 디지털보다 따뜻한 빛이 존재한다. 바로 장인 김형구 씨(65)의 손에서 태어나는 한지 등불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오직 손으로 등불을 만들어온 사람이다.김형구 씨가 만드는 등불은 전통 한지를 바탕으로 나무 골격을 짜고, 그 위에 풀칠로 천천히 종이를 입혀가며 완성된다. 전기 조명을 위한 기능성보다는, 빛이 퍼져 나가는 감도와 결, 그림자의 모양을 고려해 만든다. “한지 등불은 밝은 게 목적이 아니에요. 조용히 공간을 감싸는 거죠. 어둠을 없애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