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2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한지 등불 만드는 장인의 손과 마음

전기를 이긴 빛, 한지 등불이 비추는 시간현대인의 일상은 밝다. 스마트폰 화면, LED 조명, 자동 감지 등까지. 밤에도 어둡지 않은 도시에서 사람들은 언제든 버튼 하나로 빛을 만든다. 그러나 충청북도 괴산의 조용한 마을, 작은 작업실 안에는 전기보다 느리고, 디지털보다 따뜻한 빛이 존재한다. 바로 장인 김형구 씨(65)의 손에서 태어나는 한지 등불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오직 손으로 등불을 만들어온 사람이다.김형구 씨가 만드는 등불은 전통 한지를 바탕으로 나무 골격을 짜고, 그 위에 풀칠로 천천히 종이를 입혀가며 완성된다. 전기 조명을 위한 기능성보다는, 빛이 퍼져 나가는 감도와 결, 그림자의 모양을 고려해 만든다. “한지 등불은 밝은 게 목적이 아니에요. 조용히 공간을 감싸는 거죠. 어둠을 없애기보..

AI 시대에도 살아남은 수공업 직업군: 골목 이발사의 마지막 손기술

골목 깊숙한 곳, 아직도 살아 있는 이발의 감각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오래된 골목. 깨끗이 닦인 유리창 너머로 돌아가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회전등이 여전히 빛난다. 간판에는 큼직한 붓글씨로 ‘○○이용원’이 쓰여 있고, 문을 열면 고즈넉한 라디오 소리와 함께 이발용 의자 하나가 반긴다. 올해로 75세가 된 이발사 조용남 씨는 1969년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골목의 산증인이다. 그는 여전히 전동 커트기 대신 가위와 손끝 감각만으로 머리를 다듬는다.AI가 얼굴형을 분석해 최적의 스타일을 추천하고, 자동 커트 기계가 오차 없는 대칭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러나 조용남 씨는 말한다. “사람 머리는 숫자가 아니에요. 두상이 다르고, 머릿결이 다르고, 그날의 기분도 달라요. 그런 건 손으로 느끼는 거예요.” 그..